중국생활 재미나는이야기

[스크랩] 중국인의 주법(酒法)

진명병원 2006. 2. 17. 17:00

중국사람들의 주법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의 술에 대한 관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자기잔을 남에게 권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주의 포석정(鮑石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잔을 주고 받는 문화권에 속한다. 잔에 서로 입을 대고 마심으로서 상하 또는 동료간에 일심 동체감을 확인하는 것이 우리다.

그러나 중국은 자기 잔은 자기 앞에 두고 상대방과는 잔을 마주 부딪치므로써 일체감을 느끼는 문화권에 속한다. 대부분의 민족이 여기에 속하지만 유독 우리는 비위생적이라 할 수 있는 주고 받기 문화권에 속하였다. 누가 나은 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찌개에 이 사람 저 사람의 숟가락을 함께 담가 퍼 먹는다던가 잔을 여기 저기로 돌리면서 입을 맛대는 것은 끈질긴 우리 음식문화의 전통일 뿐이다.

둘째, 조금만 비워도 채운다.

우리는 완전히 비우지 않은 상대방의 잔에 술을 채우지 않는 것이 관례다. 혹시 남은 잔에 채우면 첨잔이라하여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첨잔이나 퇴줏잔은 그다지 좋은 감정으로 받아 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술이 약한 사람들이 간혹 술을 바닥에 남긴 채로 술을 받는 수가 있으나 혹시라도 들키면 한마디쯤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다르다. 잔을 들어 조금이라도 마시면 잽싸게 마신 만큼 채우고 만다. 이것을 소홀히 하면 관심이 없는 것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므로 더 마실 생각이 없으면 잔에 술이 가득 찬 채로 대화만 즐기면 된다.

세째, 새 요리가 나오면 술을 마신다.

우리는 새 요리가 나오는 것과 술마시는 것에 별다른 관계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새 요리가 나오면 반드시 신차이라이(新菜來)!, 즉 새로운 요리가 나왔네요! 하면서 술잔을 부딛히며 마신다. 이것은 음식을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효과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새 요리에 대한 감사의 뜻도 있는 것 같다.

네째, 과음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점에서 과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 2차에도 가기 전에 이미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과정에 벌써 취하곤 한다. 2, 3차에서 술이 취하는 것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동북지방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지나치게 과음을 하지 않는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한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 생각이다.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도 강제로 권하지 않고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껏 마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주정뱅이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서울의 도심지 음식점이나 유흥가 곳곳에서는 술에 취해 고래 고래 소리지르거나 방뇨하고, 주위 사람들과 시비를 거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추태는 그들 중국인들에게는 구경꺼리가 될 뿐만 아니라, 흉이 되고 있다.

다섯째, “깐뻬이(乾杯)!”하면, 정말로 건배한다.

우리는 술자리에서 흥이 나면 자주 건배를 외친다. 기분이 내키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건성으로 건배를 외쳤을 뿐, 그들의 술잔을 살펴보면 그저 조금 비웠을 뿐이다. 우리에게 있어 건배라는 말은 영어로 이야기하면 Cheers!에 해당할 뿐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깐뻬이(乾杯)!하면 반드시 잔을 비운다. 왜냐하면 잔을 비우자(乾杯)고 하였으니 잔을 비우는 것이다. 북부로 가면 잔을 머리위에 거꾸로 세워 턴 다음 잔을 비웠음을 보여 주기까지 한다.

요즈음은 때로 우리처럼 건성으로 깐뻬이를 외치기도 하지만, 원래의 의미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리고 원탁에 둘러 앉아 상호간의 거리가 있을 경우는 탁자에 잔을 톡톡 부딪히면서 깐뻬이하기도 하는데, 이는 앉은 채로 한 자리의 참석 인원 모두가 같이 건배할 수 있어 편리한 점도 있다.

물론 중국인이라고 우리와 전혀 다른 인간은 아니다.

술은 좋은 친구와 만나면 천잔으로도 부족하고 말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반마디도 많다(酒逢知己千杯少 話不投機半句多)고 생각하는 그들이다. 그러므로 기분이 맞으면 술배는 따로 있다(酒有別腸)고 하며 권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술을 마시면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酒後吐眞言)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웬만하면 자신의 주량을 생각하여 스스로 절제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 일반적인 중국인들의 음주법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술자리에서 너무 우리식의 주법을 강요하여 어색한 분위기로 만들 필요는 없겠기에 하는 말이다. 

출처 : 중국심양 (Shenyang)
글쓴이 : 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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